가나아트센터서 ‘하쿠나 마타타’전
아프리카에서 돌아온 화가 사석원(50)의 새 그림은 강렬한 색채로 우울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생명력이 가득하다. 사석원은 2007년 ‘만화방창’ 이후 3년 만의 개인전 ‘하쿠나 마타타’를 26일부터 4월18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연다.
슈나우저가족
아프리카 스와힐리어로 ‘걱정하지 마세요.’란 뜻의 제목처럼 사석원의 이번 전시 주제는 ‘치유와 희망’이다. 1997년 처음 간 뒤로 지금까지 여섯 번쯤 아프리카에 갔다는 그는 여행에서 주로 작품의 영감을 얻는다. 유화로 금강산 산수화를 그린 ‘만화방창’도 금강산을 직접 둘러보고 작업한 것들로, 전시회를 시작하기도 전에 모든 작품이 팔려 화제를 낳았다.
젊은 나이에 전시와 경매 모두에서 작품이 인기를 끌어 ‘블루칩 작가’로 불렸던 그가 요즘 유행어로 ‘완판남’이 된 것.
동국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프랑스 국립 파리8대학에서 유학하면서 화방 주인의 귀띔과 독학으로 서양화를 익혔다. 1984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수묵담채 인물화로 대상을 받아 미술특기자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병역법 개정으로 지금까지 미술계에서 이 혜택을 받은 작가가 단 두 명 있는데, 이 ‘신의 아들’ 가운데 한 명이 사석원이다.
●“노동자의 글속에 치유 메시지”
이번 ‘하쿠나 마타타’전의 그림은 자세히 살펴보면 외국인 노동자들의 글이 적힌 칠판 위에 그려졌다.

하쿠나 마타타
“칠판을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일하는 공장에 들고 가서 글을 받아왔어요. 내용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편지가 많은데 부정적인 이야기는 하나도 없어요.”
외국인 노동자들의 분필 글씨가 지워지지 않도록 코팅 처리를 한 칠판 위에 사석원은 털이 긴 동양화 붓을 이용해 힘찬 사자의 갈기를 그리고, 팔레트 없이 물감을 뿌렸다. 칠판 위의 터무니없이 낙천적인 아프리카 사람들의 모습과 그 밑의 외국인 노동자들의 글은 현대인들에게 치유의 메시지를 던진다. 걱정하지 말라고, 모든 것이 다 잘 되리라고….
칠판은 실은 사석원에게 억압과 폭력의 기제이기도 하다.
일곱 살까지 말을 하지 못해 초등학교 6년 내내 숙제를 하지 않았던 사석원은 담임선생님에게 몇백 대의 따귀를 맞았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물감을 얹어도 캔버스와 달리 휘지 않는 칠판 위에 사석원은 마음껏 물감을 뿌리고 남대문 시장이나 장한평에서 산 현판, 액자 등을 붙였다.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 그림에 장기가 있는 사석원은 ‘해피야, 넌 괜찮니?’란 주제로 20여종의 애완견도 그렸다. “1년에 버려지는 개가 5만 마리 이상이라고 해요. 이 그림들은 주인에게 복종과 충성을 다하는 개들에게 바치는 상입니다.”
●“개인적인 이야기 꼭 그리고 싶어”
사석원은 앞으로 꼭 그리고 싶은 그림이 있다고, 그 주제는 개인적인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제 오십 줄에 들어선 전업작가에게서 더 힘있는 걸작이 나오리라 기대를 해보게 되는 이유다. 부산 해운대 노보텔에 있는 가나아트 부산에서도 24일~4월18일 같은 전시가 열린다. (02)720-1020.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10-03-19 2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