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FA 사건처리 개정안… 신병 인도 처음부터 거부 가능
주한 미군이 내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러 현행범으로 체포됐을 때 앞으로 무조건 우리 경찰이 1차 조사를 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살인·강간 등 중범죄에 대해서만 우리 측의 조사가 가능했다.경찰청은 이런 내용의 주한미군주둔지위협정(SOFA) 사건처리 매뉴얼 개정안을 일선 경찰에 배포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 5월 한·미 양국이 합의한 내용을 반영한 것으로 개정안 중 미군 헌병의 영외순찰 등 일부 내용을 제외하고 바로 발효된다.
앞으로 경찰은 미군이 현행범으로 체포됐을 때 담당 경찰서에서 해당 미군의 범행 사실에 대해 1차 조사를 한 뒤 미군 헌병에 신병을 넘기게 된다. 그동안 경찰은 미군을 현장에서 체포하더라도 살인·강간 등 중범죄가 아니면 미군 측 신병 인도 요구에 무조건 응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모든 주한미군 범죄에 대해 초동 조사권을 우리 측이 갖게 된 셈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살인·강간 범죄를 저지른 주한 미군은 경찰이 1차 조사를 한 이후에도 계속 신병을 확보할 수 있다. 폭력·상해·도로교통법 위반 등 12개 주요 범죄의 경우도 필요한 경우 미군 측에 신병인도 자제 요청을 할 수 있다.
미군 신병에 대한 권한을 더 많이 갖게 된 만큼 사건 처리는 더 신속하게 하기로 했다. 경찰은 상황의 급한 정도에 따라 분류하는 112 신고 코드를 1단계(즉시출동)로 개편하고 집중수사 원칙을 적용, 미군 피의자 소환 간격도 더 짧게 하기로 했다.
공정성을 위해 조사 과정에서 미국 정부 대표나 변호사의 참여권은 보장했다.
미군 헌병부대의 부대 밖 법 집행도 대폭 제한된다. ‘한국인이 미군 부대나 병사에게 위해를 가한 상황이 아니면 미군 헌병부대의 법 집행권이 제한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미군 헌병부대의 영외 순찰 및 주차단속, 한국 국민을 체포하는 행위 등에 대해 한계가 비교적 명확해졌다.
지난 7월 평택에서 발생한 미군의 우리 민간인 수갑 연행 사건에 대한 후속 조치 성격이 강하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2012-12-1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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