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한터 춘천지부 끈질긴 대화 ‘결실’
강원 춘천시 근화동 성매매집결지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자진 폐쇄에 들어간다.갈등을 겪던 춘천시와 성매매업소 여성의 모임인 한터 춘천지부가 물리적 충돌없이 대화와 타협으로 이 같은 결실을 이뤄 주목받고 있다.
한터 춘천지부는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축제나 행사 기간을 포함해 영업시간을 오후 9시 이후로 조정하고, 올해 6월부터 이주를 시작해 8월 말까지 자진 철거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또 이주 약속기간 이후 춘천시의 어떠한 행정조치도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근화동 성매매집결지인 일명 ‘난초촌’은 지난 1951년 미군기지인 캠프페이지가 자리 잡고서 60년간 영업을 해왔다.
하지만, 성매매 집결지가 있는 곳이 올해 일반인에 개방하는 옛 캠프페이지 터 바로 앞에 있는데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춘천역 인근으로 전철이 개통한 초기부터 철거 문제가 대두했다.
철거 여론이 높아지면서 춘천시는 지난 2011년부터 난초촌 정비사업에 나섰다.
춘천시는 자진폐쇄를 유도했지만, 한터 춘천지부의 반발로 수차례 무산됐다.
이 같은 갈등은 지난해 말 시가 도시계획시설상 주차장과 공원으로 정비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 건물 매입과 철거작업을 재추진하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시는 업주나 토지 소유주 등과 100여차례 이상 면담을 하며 대화에 나섰다.
지난 1월부터 업소 현장에 아예 컨테이너 박스로 가건물을 설치하고 현장 상담요원인 일명 ‘아이리스’를 배치, 성매매 종사자와 상담을 했다.
성매매 여성 46명 중 39명이 상담에 응해 절반 이상이 탈 성매매를 시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올해 초에는 성매매 여성의 자활을 유도하고자 지원 조례를 마련, 탈 성매매 여성에게 1천만원의 특별생계비를 지원하는 조례를 전국 처음으로 제정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현재 근화동 일대 성매매집결지 업소 16동 가운데 3동은 철거했고 7동은 매입이 이뤄진 상태다.
또 성매매 종사자 48명 중 30%가량은 이미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홍문숙 시 여성과족과 여성 담당은 “정비사업을 위해 한터 임원진과 첫 대화를 시작할 때부터 공권력 행사는 배제하고 끝까지 대화하겠다고 말했었다”라며 “거의 매일 만나 합의점을 찾아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터 춘천지부의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시의 입장에 의구심을 가졌지만, 공권력 행사보다 끝까지 대화를 시도하는 것을 보고 믿음을 가졌다”며 “앞으로 시의 난초촌 정비사업에 따른 토지 매입 절차 진행과 철거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춘천시는 이날 성매매업소의 입장표명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