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안개등 수거하고도 헛발질… 근처 CCTV는 17일 지나 확보
피의자의 자수로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고가 일단락됐지만 경찰 수사 과정은 매우 부실했던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3일 경찰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10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사운로 사고현장에서 파손된 차량 안개등 커버가 수거됐다. 경찰은 이 파편이 윈스톰 차량의 안개등인 사실까지 확인했다. 윈스톰은 강모(29)씨를 치어 숨지게 한 사고 차량이었고, 이 파편은 강씨와 충돌하는 순간 떨어진 것으로 나중에 확인됐다. 사건을 해결할 결정적인 단서였지만 경찰은 윈스톰을 용의 차량으로 지목하지 않았다.
경찰이 당시 확보한 폐쇄회로(CC)TV 영상도 문제였다. 사고현장에서 170여m 떨어진 청주 차량등록사업소 건물에 도로 쪽을 향하고 있는 CCTV가 있는데도 이를 까마득히 모르고 더 멀리 떨어져 있는 엉뚱한 CCTV 영상을 확보해 수사에 열을 올렸던 것이다. 경찰은 사고 발생 17일이 지나서야 윈스톰 차량이 찍힌 청주차량등록사업소 CCTV 영상을 확보했다.
차량등록사업소 직원이 포털사이트 관련 기사에 “우리 건물에 부착된 CCTV가 수사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댓글을 올리고 하루가 지나서였다. 이 영상으로 수사는 뒤늦게 급물살을 탔고 피의자 허모(37)씨의 자수를 이끌어냈다.
경찰 관계자는 “초기 수사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을 인정한다”면서 “차량등록사업소 CCTV는 댓글 때문에 찾은 게 아니라 형사들이 현장 주변을 조사하다 발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주 서원대는 숨진 강씨의 아내 장모(25)씨를 학교 내 한국교육자료 박물관 직원으로 특별 채용했다. 서원대 관계자는 “남편을 잃은 장씨가 직업 없이 임용고시를 준비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채용을 제안했다”면서 “역사교육학과 졸업생이라 우선 박물관에서 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2015-02-0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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