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졸업 땐 정규 학위 취득
수험생을 근로자로 둔갑시켜 대학에 부정 입학시킨 교수와 산업체 원장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서울 S대와 경기 성남시의 E대 미용 관련 계약학과에 수험생을 근로자로 둔갑시켜 부정 입학시킨 혐의(업무방해 등)로 S대 학과장 유모(44·여)씨와 미용학원 원장 류모(40·여)씨 등 모두 1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교육부에 신고하지 않고 산업체와 대학 간 협의만으로 설립이 가능한 계약학과는 원활한 산학 교류를 위해 2003년 도입됐다. 근로자가 졸업하면 정규 학위가 주어지는 까닭에 지난해 4월 기준으로 134개 대학이 542개의 계약학과를 운영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들은 대학 정원 외 과정으로 운영되는 ‘근로자 재교육형’을 악용했다.
유 교수 등 3명은 지난해 3월 S대 측으로부터 새로 개설되는 미용 관련 학과의 ‘학과장’ 등의 직위를 받기로 하고 류씨 등 미용학원, 미용업체 관계자들을 통해 학생 28명을 재교육받는 근로자로 둔갑시켜 부정 입학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류씨 등은 앞서 2013년에도 미용학원, 업체를 운영하면서 같은 방법으로 E대에 17명을 부정 입학시켜 1억 700만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류씨 등은 계약학과 입학 시 등록금의 50% 이상은 산업체가 부담하게 돼 있지만 등록금, 재료비는 물론 4대 보험료까지 학생들에게 전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미용과 관계없는 과목을 고액에 수강하게 하거나 재학 중에 산업체를 그만두면 제적된다는 점을 악용해 학생들에게 미용실 허드렛일을 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S대 계약학과 자퇴생 윤모(19·여)씨는 “미용학원에서 ‘시험 없이 대학에 갈 수 있다’고 말해 미용과 관련없는 학원 수업까지 포함해 과목당 180만~600만원씩 모두 2000만원 정도를 썼다”며 “대학 계약학과 강의도 캠퍼스 안이 아닌 주택을 개조한 곳에서 진행됐으며 질도 현저히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계약학과 설치, 폐지 시 교육부에 신고하도록 하는 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며 실태 점검을 통해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해명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2015-02-1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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