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위험성 등을 사전에 파악해 신중 투자해야”
금융투자업체가 개인투자자에게 기업어음(CP)을 판매하면서 투자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고, 결국 이 회사가 수개월 만에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투자금을 날리게 됐다면 개인투자자는 손해를 얼마나 배상받을 수 있을까.법원은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개인 투자자에게 더 큰 책임을 물었다.
가정주부인 박모(55)씨는 2010년 2월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 직원 이모씨로부터 한일건설 CP에 투자할 것을 권유하는 전화를 받았다.
당시 이씨는 전화에서 한일건설은 우량기업인 한일시멘트가 밀고 있는 회사라 투자하면 좋다고 권유했다. 투자위험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6개월 만기에 연 7%의 이익을 거둘 수 있는데 오늘 선착순으로 투자를 마감하고 있다며 거듭 권유하는 말에 박씨는 1억원을 투자했다.
일단 전화로 투자를 결정한 뒤 투자확인서와 상품설명서 등은 일주일 뒤 지점을 방문해 받았다.
그러나 한일건설은 4개월 뒤 워크아웃대상자로 분류돼 회생절차에 들어갔고, 투자금 7천800만원을 날리게 된 박씨는 유안타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 사건을 재판한 서울중앙지법 민사99단독 박대산 판사는 “유안타증권이 박씨에게 1천56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박 판사는 유안타증권이 “연이율이 7%라는 점 등을 말하면서도 투자 위험에 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며 부당권유금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박 판사는 ‘한일시멘트가 우량한데 그쪽에서 미는 회사’라는 말은 ‘한일시멘트와 동등한 안정성을 갖춘 회사’라는 의미로, ‘오늘 선착순으로 마감’이라는 말은 ‘투자 기회는 지금뿐’이라는 말로 해석돼 박씨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판단하기 어렵게 만들었으며, 이는 고객의 올바른 인식을 방해한 것이라고 봤다.
박 판사는 그러나 “박씨도 자기 책임 원칙에 따라 투자 상품의 내용과 손익구조, 투자 위험성 등을 사전에 정확히 파악해 신중히 검토한 다음 투자했어야 하는데도 이를 게을리했다”며 증권사의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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