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망 또 구멍… 지역사회 전파 우려
확진 4명 늘어 35명… 3차 감염자 5명국내 첫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로부터 감염된 14번째(35) 환자가 지난달 27일 서울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아 이 병원 의사(38)에게 병을 옮길 때까지 보건 당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메르스일 가능성이 매우 큰데도 당국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에 이 환자를 진료하던 종합병원의 의료진이 무방비로 바이러스에 노출됐다. 보건당국은 이 환자가 경기도에서 서울의 큰 병원으로 가기 위해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홀로 상경했고, 서울에 도착하고서야 갑작스레 호흡곤란 증세를 느껴 직접 구급차를 불렀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3차 감염을 일으킬 정도로 강한 전파력을 가진 환자가 정부 통제 밖에서 움직이는 바람에 일반 시민들의 건강에 비상이 걸렸다. 이 환자로부터 감염된 의사는 직접 응급처치를 하지 않고 옆에 서 있기만 했는데도 메르스에 감염됐다.
해당 종합병원 관계자는 4일 “환자가 응급실에 올 때까지 메르스 의심자라는 것을 전혀 몰랐고, 치료 과정에서 우리 의료진이 메르스를 의심해 검사 끝에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상식적으로 고열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홀로 버스를 탈 일이 없다”고 했으나 이 환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보건당국의 방역망이 또다시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 제기되는 지역사회 전파 우려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종합병원 의사 외에도 이날 추가로 4명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아 메르스 환자는 모두 35명으로 늘었다. 이 중 5명은 14번째 환자 또는 16번째 환자로부터 감염된 3차 감염자다. 격리자는 1667명으로, 전날보다 303명 늘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이 종합병원은 14번째 환자 응급처치 당시 함께 있었던 의료진을 모두 격리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