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진술 10시간만에 들통…비상걸린 대구시 ‘허탈’
대구 첫 메르스 확진환자 A(52)씨와 같은 시간대에 목욕탕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 20대 남성이 허위 진술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보건당국은 한때 이 남성이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1차 검사결과 발표전까지 바짝 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구시 등은 확진환자 A씨가 발병 이후 들른 해당 목욕탕 이용객 103명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시와 남구보건소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6시 50분께 남구보건소는 한 시민으로부터 “김모(21)씨가 A씨와 같은 시간대에 함께 목욕했다는 말을 들은 것 같다”는 신고를 받았다.
앞서 A씨는 지난 13일 오한·발열 등 증세를 보였고, 다음날인 14일 오후 1시47분∼오후 3시9분까지 남구 한 목욕탕을 들렀다.
그 뒤 15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A씨는 경북대병원에서 치료·격리 중이다.
A씨는 지난달 27∼28일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했다.
신고를 받은 남구보건소는 김씨가 신원 미확인 목욕탕 이용자 103명 중 1명이라 보고 곧바로 전화해 사실 여부를 물었다.
이에 김씨는 “14일 낮 12시30분∼오후 4시까지 이 목욕탕에서 A씨와 함께 있었다”며 “열이 37.8도까지 났고 현재 기침, 가래 등 증상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친구 3명과 한방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이후 대구시엔 비상이 걸렸다.
김씨를 포함해 동거 중인 친구 3명 등 4명을 자가격리하고, 대구보건환경연구원에 김씨에 대한 1차 검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20일 새벽 1시 28분께 김씨의 검사결과는 ‘음성’으로 나왔다.
또 김씨의 진술 내용도 이날 오후께 거짓으로 드러났다.
대구시가 이미 확보한 목욕탕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김씨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앞서 시는 A씨 확진 판정 이후 경찰과 CCTV를 분석해 목욕탕 이용으로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있는 시민 266명을 추린 상태이다.
범위는 지난 14일 오전 11시∼15일 오후 7시까지 한정했다.
이용 시간대에 따라 62명을 자가격리자(14일 오전 11시∼오후 4시)로, 나머지 204명을 능동관찰자(14일 오후 4시∼15일 오후 7시)로 각각 분류했다.
현재까지 신원을 파악한 뒤 분류별 조치를 한 인원은 61% 정도인 163명(자가격리 33·능동관찰 130)에 그치고 있다.
남구보건소 관계자는 “지역 메르스 확대 방지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김씨가 허위 진술한 이유를 도저히 알지 못하겠다”며 “대구시 등과 논의 끝에 경찰에 고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김씨를 상대로 아직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며 “조만간 소환해 정확한 내용을 파악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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