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전남편 목졸라 살해한 40대 징역2년…”정당방위 아냐”

가정폭력 전남편 목졸라 살해한 40대 징역2년…”정당방위 아냐”

입력 2015-10-20 19:55
수정 2015-10-2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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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그때 엄마가 아빠를 죽이지 않았다면 엄마가 당했을거예요” 법원 “정당방위·과잉방위·심신상실 모두 인정안돼”

20일 오후 2시 수원지법 법정동 310호 재판장. 긴팔 티와 반바지, 운동화 차림에 단발머리를 한 여대생 문모(20)씨가 증인석 앞에 섰다.

문씨는 넉달 전 집에서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던 아버지 문모(58)에게 저항하다 아버지를 목졸라 숨지게한 혐의(살인)로 재판을 받게 된 어머니 조모(43·여)씨를 위해 증인으로 나섰다.

비교적 담담한 표정으로 진술을 이어가던 문씨는 사건 당일을 떠올리며 참아왔던 눈물을 뚝뚝 떨어트렸다.

“그때 엄마가 아빠를 죽이지 않았다면 아마 엄마가 당했을거예요”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술에 취한 아버지로부터 폭행과 폭언에 시달려온 어머니를 지켜보면서 경찰에 신고도 해봤으나 돌아오는 건 무관심이었다.

딸 문씨는 “초등학교때 이웃의 도움으로 경찰에 신고하게 됐는데, 그때 경찰관이 ‘부부싸움이네요’라면서 돌아갔다. 그리고나면 아빠의 폭행은 더 심해졌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구속된 채로 재판을 받게 된 문씨의 어머니 조씨는 옥색 수의를 입고 재판과정 내내 고개를 푹 숙이고는 계속해서 눈물을 보였다.

이혼했으나 자녀들 아빠로서 동거해온 전남편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해보기도 했으나 번번이 헛수고였다.

한번은 아이들을 데리고 도망쳤더니 신문광고로 현상금 1억원 긴급수배를 내기도 했다. 친정 부모를 찾아가 폭행하고 “아내가 오지 않으면 (아내의) 여동생을 데려가겠다”며 협박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조씨는 어디로 도망가야할지 몰랐고, 술에서 깨면 “앞으로 잘하겠다”는 남편 말을 믿을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에게 아빠를 잃게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 컸다.

이런 조씨의 희망이 산산이 조각난 건 지난 6월26일 새벽 3시였다. 술상을 차리라며 욕설하던 남편이 급기야 흉기를 들이밀며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고 생명의 위협을 느낀 조씨는 부엌에 있던 나무절구로 남편의 손을 쳐 칼을 떨어트렸다.

그리곤 술취해 방바닥으로 넘어져 의식을 잃은 남편의 머리를 절구로 때리고 넥타이로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조씨는 “중한 죄를 지었다. 용서해달라. 아이들이 너무 불쌍했다”고 흐느꼈다.

조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의 행동은 남편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도가 넘는 폭행과 협박, 흉기로 위협을 당한 상황에서의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숨진 문씨의 친동생들도 “형수가 오랜시간 무자비한 가정폭력을 당해왔다”며 탄원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피고인 잘못된 행위를 무죄로 볼 수 없다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번 사건에 대해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유죄의견을 냈으며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5명), 징역 1년3월(4명)의 양형의견을 전달했다.

배심원 의견을 참고한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양철한)는 “피해자가 흉기로 위협했지만 살인은 이로부터 2시간 뒤에 발생했고 피고인은 넘어진 피해자를 폭행하고 목졸라 살해한 점 등을 보면 정당방위와 과잉방위를 입증하기 어려워보인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도 술을 마신 것은 맞지만 당시 상황을 명료하게 기억하고 자녀들과도 대화한 점 등으로 미뤄 심신상실이나 미약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조씨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어 “피해자 생명도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으며 가정폭력에서 벗어날 다른 여러 방법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다만 피고인이 지속적인 폭력에 노출된 점, 피해자 유족들이 선처를 원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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