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년제 원칙 깨고 대회 일정도 한달 앞당기더니 황당 결정
미숙한 행정력으로 여러 차례 논란을 일으킨 아시아체조연맹(AGU)이 또 ‘주먹구구’ 대회 진행으로 비난에 휩싸였다.8~10일(이하 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제8회 AGU 리듬체조 아시아 선수권대회에 참가한 한국 선수단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대회 개막 하루 전날인 7일 감독자 회의에서 팀 경기가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팀 경기에 대비해 선수단을 꾸린 이번 대회 참가 아시아 9개국은 강력하게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AGU와 대회 조직위원회는 팀 경기에 출전할 예정이었던 모든 선수에게 개인종합 출전권을 부여했다.
또 대한체조협회를 비롯해 이번 대회에 출전한 9개 국가 협회에 혼선을 빚은 데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하는 메일을 보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대한체조협회 관계자는 “AGU에 해명을 요구했더니 이번 대회가 끝나고 곧바로 다음 주에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 대회가 개최되기 때문에 팀 경기를 취소했다고 하더라”며 “해명치고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팀 경기는 국가별로 3~4명의 선수가 후프·볼·리본·곤봉 등 네 종목당 세 차례씩, 모두 12차례 연기를 펼쳐 가장 낮은 점수 2개를 뺀 뒤 나머지 10개 점수를 합쳐 순위를 매긴다.
협회는 1월(1차)과 4월(2차), 두 차례에 걸쳐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러 손연재(22·연세대), 천송이(19·세종대), 이다애(22·세종대), 이나경(18·세종고) 등 총 4명으로 팀 경기 출전 선수를 확정했다.
선발전 1~2위인 손연재와 천송이가 개인종합에도 나서기로 한 것과는 달리 선발전에서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한 이다애와 이나경은 팀 경기에만 뛸 예정이었다.
AGU가 팀 경기를 취소할 계획이었다면 사전에 통보라도 해야 했지만, 협회가 선수단 출국 직전에 받은 대회 요강에는 관련 내용이 빠져 있었다.
한국 선수단은 대회 개최지인 타슈켄트에 도착하고 나서야 일방적인 팀 경기 취소 통보를 받고 허탈감을 지우지 못했다.
AGU가 이처럼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일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6월 충북 제천에서 열린 아시아 선수권대회도 그 한 사례다. 당시 주요 선수들이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권) 감염 우려로 불참을 선언했지만 AGU는 대회 개최를 강행했다.
손연재라는 흥행 카드에도 메르스 여파로 관중석은 텅텅 비다시피 했다.
격년제 원칙을 깬 것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대회는 사실 내년에 열려야 했으나 AGU는 유럽선수권대회 일정과 맞춘다는 이유를 들어 1년 만에 대회를 열었다.
그것도 애초 6월에 열기로 했던 대회를 5월로 일정을 바꿨다. 협회는 이 일정에 맞춰 없는 예산을 끌어다 쓰고, 부랴부랴 선발전까지 앞당겨 치러 타슈켄트에 도착했으나 팀 경기 취소라는 황당한 결정과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만 들어야 했다.
아시아는 유럽이 주도하는 리듬체조에서 변방에 속한다. 아시아 리듬체조를 변방에서 중심으로 끌어올려야 할 AGU가 이러한 임무에 역행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손연재는 이번 대회 개인종합 첫날 후프와 볼 종목 합계 36.950점으로 중간 순위 1위로 나섰다. 이다애(32.500점), 천송이(32.000점)는 나란히 11위, 12위에 자리했다. 이나경은 30.150점으로 20위에 이름을 올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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