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알뜰주유소 시도한 농협에 보복한 듯”
자영 주유소 수십 곳이 농협 NH카드의 결제 거부에 들어갔다. NH카드 수수료율을 1.5%에서 1.0%로 내려달라는 요구가 거절됐기 때문이다.21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자영업자들로 구성된 주유소협회는 지난 12일 수수료 인하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NH카드는 수수료율 1.5%가 모든 업종에서 최저 수준이라며 협회의 제의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주유소협회 산하 수십여 개 주유소가 지난 15일부터 NH카드 가맹점 해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NH카드 측은 “NH카드는 비씨브랜드와 NH브랜드로 나뉘어 있어 유사시 다른 카드사의 공동 결제망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주유소가 NH카드 자체를 받지 않는다고 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이번 집단행동이 단순히 수수료 인하 때문에 생기지는 않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주유소협회가 알뜰주유소 등을 시도하는 농협을 시범 공격 사례로 삼은 것 같다. 주유소 수수료율은 모든 업종 중 가장 낮은데 추가로 인하해달라는 요구는 설득력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정 단체가 특정 카드사의 결제를 거부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상 밀약 소지가 있다. 취약계층 고객의 불만을 촉발해 자기들의 이익을 관철하려는 행동은 상도의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NH카드를 주로 쓰는 농민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이 평소 현금을 많이 소지하지 않아 주유소에 들를 때마다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카드업계는 우려했다.
주유소협회는 농협에 이어 삼성카드를 압박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삼성카드 측은 “NH카드처럼 주유소협회의 공문을 받지는 않았으나 주유소협회가 우리를 공격 목표로 지목했다는 소문을 들어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주유소협회는 NH카드 가맹점 계약 해지를 독려하고 있어 집단행동에 동참하는 주유소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 협회는 내년 1월 15일까지 가맹점 계약해지 안내문 부착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려주면 최대 30만원의 상품권을 지급하고 있다.
주유소협회 측은 “NH카드에 이어 삼성카드가 다음 목표다. 많은 주유소가 농협에 가맹점 해지 신청을 했음에도 농협이 고의로 처리를 지연시키고 있다. 주유소 사업자의 위임장을 단체로 받아 법무법인을 통해 계약 해지를 시도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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