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에게 꿈·희망 줘야 학교폭력도 사라져””남은 임기 교사 힘 실어주기 ‘올인’…재선 도전은 시간 지나봐야”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26일 “행복교육은 단순한 수사(修辭)가 아니라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략”이라고 밝혔다.문 교육감은 취임 100일을 사흘 앞두고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행복교육을 얘기하다 보면 ‘그동안 아이들이 힘들었으니 즐겁고 편안하게 해주자’ 정도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잘못 이해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 공부가 힘들고 어려워도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줘서 견뎌낼 수 있게 만들자는 게 행복교육의 핵심”이라며 “김연아 선수도 꿈이 있었기에 그 힘든 훈련을 견뎌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교폭력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중학교부터 폭력이 많아지는 것은 공부만 있고 꿈과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며 “진로에 대한 기대를 가진 학생은 다른 아이를 괴롭히거나 금품을 빼앗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문 교육감은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려면 결국 교사의 역할이 가장 크다”며 “어떻게 하면 교사에게 힘을 실어주고 신나게 교육에 몰두하게 만들지가 남은 임기 동안의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교사가 아니면 대한민국 교육은 살려낼 방안이 없다”며 “스승의 날 즈음해 교사를 위한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교사에게 힘을 실어줄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교육감에 재도전할지에 대해서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봐야 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음은 문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취임 100일을 앞둔 소회는
▲취임 후 주요 업무계획을 세우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1∼2월은 이 때문에 긴장하며 지냈는데 53개 과제로 정리해 추진하면서부터 나아졌다. 교육청 과장들이 각자 맡아 해야 할 일들을 알고 계시니 이제 제대로 돌아간다는 느낌이다.
--행복교육이 화두다
▲행복교육은 수사가 아니다.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교육 전략이다. 지금 우리 교육은 아이들에게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대학 가고 행복해진다’는 고진감래(苦盡甘來)형 패러다임이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한다고 나중에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 행복해야 공부도 더 잘되고 나중에도 행복해진다.
--어떻게 바꾸나
▲행복의 핵심 결정요인은 꿈과 희망이다. 마라톤 선수는 훈련이 너무 고되어서 죽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고도 한다. 황영조, 이봉주 선수가 이를 견뎌낸 것은 금메달을 따겠다는 희망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줘서 지금 학교 공부가 힘들어도 견디게끔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진로 교육을 강조하나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느냐가 내 행복교육의 핵심이다. 여기서 연유된 것이 1차 공약으로 내건 중1 진로탐색집중학년제다. 중1 때 확실히 진로탐색을 하게 해 꿈과 희망을 품게 만들자는 것이다. 아이들이 공부와 관련해 긍정적인 마음이 들도록 학교 환경을 만들겠다. 53개 업무과제가 다 이런 입장에서 만들어졌다.
--정부의 자유학기제와 연계는
▲자유학기제는 2016년 전면 확대를 목표로 교육부가 집중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좀더 현실적으로 고려해 중1 진로탐색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자유학기제가 도입되어도 중1 진로탐색제와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질 것이다. 교육감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과정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학교폭력의 근본적 해결방안은
▲중1부터 폭력이 많아지는데 꿈과 희망이 없으니 힘센 아이가 약한 아이 골려주고 돈 뺏는 데서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꿈과 희망을 가진 아이는 폭력 행사할 이유가 없다. 에디슨처럼 되겠다는 꿈을 가진 아이가 다른 애를 왜 때리겠는가. 그동안 아이들 꿈에는 관심이 없고 공부시켜 학력을 올려야 한다는 생각으로만 교육해왔다.
--교사의 역할은
▲학생도 행복해야 하지만 선생님도 행복해야 한다. 스승의 날 즈음해 선생님들 모셔서 힐링 콘서트같은 것을 열 생각이다. 선생님도 삶의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선생님도 일할 맛이 나게 만들겠다.
--문 교육감이 장·차관 인선에 영향을 줬다는 얘기가 나오던데
▲어디까지나 언론의 추측에 불과하다. 원래 다 알던 분들이다. 나승일 차관은 공약개발팀에서 같이 일도 했고.
--학생인권옹호관 조례로 시의회와 또다시 갈등 국면이다. 해법은
▲딜레마 상황이다. 조례도 존중해야 하고 상위 법규도 존중해야 한다. 문제는 학생인권조례와 같이 조례와 상위법이 충돌할 때인데 교육감은 상위법을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런 딜레마 상황을 시의원들도 많이 이해해 주시는 것 같다.
--사회적배려대상자(사배자) 전형 개선 방안은
▲누가 보기에도 사배자로 보기 어려운 사람이 합격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고쳐야 한다. 비경제적 사배자 가운데 사배자 개념에 맞지 않는 부분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사배자 학생이 입학하고서도 어려움을 겪는데 이들을 돕는 지원체제도 생각해봐야 한다.
--사교육 문제 해결 어렵다. 어떻게 푸나
▲민간 영역을 과도하게 조치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교육적 상식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 ‘수학 죽을 때까지 시킨다’는 식의 문구로 광고하는 학원도 있던데 이같은 일은 어떻게든 막겠다. 학원 수요의 상당수는 학교 공부를 못 쫓아가는 데서도 나온다. 방과후학교나 멘토 등을 통해 학교가 흡수하도록 하겠다. 장기 대책은 교사에게 꿈과 희망을 줘서 좀 더 헌신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일반고 학생들이 특목고 등에 상대적 소외를 느끼는데
▲일반고에는 다양한 학생들이 있다. 그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고 모두 수능 준비만 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일반고 점프-업 프로젝트를 통해 미술, 음악, 과학, 외국어에 관심 있는 일반고 학생들을 거점학교에 모아 가르칠 수 있다. 거점학교가 활성화되면 일반고 문제를 거의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일반고에 가도 충분히 특목고에 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거점학교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문제다.
--남은 임기 핵심 추진 과제는
▲선생님을 중심으로 행복교육을 추진하겠다. 선생님이 열정으로 헌신할 때 대한민국이 좋아진다. 다른 대안은 없다. 선생님이 맡은 학생을 칭찬하고 희망을 주면 대한민국 교육이 살아난다. 여기에 ‘올인’ 해야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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