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잡이 배 5척 2억원 피해…해마다 4억∼5억원어치 분실
30여년째 홍어를 잡아온 신안선적 21t 서광호 선장 백봉필(60)씨는 아연실색했다.전남 영광군 안마도 북서쪽 약 56㎞ 해상에 설치해놓은 홍어잡이용 어구 600여개가 지난달 27일 한꺼번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미끼를 쓰지 않는 홍어잡이용 주낙은 1고리(광주리)당 7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어구다. 백씨는 이날 4천200여만원의 어구 분실 피해를 봤다.
무리지어 우리 해역으로 몰려든 중국어선이 해상에 설치한 홍어잡이 어구를 통째로 훔쳐가는 절도사건이 잦아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의 홍어잡이 어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작은 그물코의 저인망으로 치어까지 남획하던 중국어선이 이제는 고가의 어구까지 훔쳐가면서 어민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해경의 단속을 피해 기상악화의 틈을 노리며 우리 어장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어 어민들의 가슴은 타들어가고 있다.
백씨는 “고기는 지금 못 잡으면 다음에 잡으면 되지만, 어구가 없으면 고기를 잡을 수 없다”며 “홍어잡이용 주낙은 완제품이 아니라 어민들이 반제품을 사다가 손수 만들어 쓰는 것이기 때문에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한숨지었다.
한창 홍어 낚시 철을 맞이하고도 시름에 빠지기는 한성호(18t) 선장 이상수(52)씨도 마찬가지다.
해상에 어구를 설치해놓은 지난달 25일 2.5m 이상 황천 5급의 높은 파도에 피항하면서 걱정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씨 또한 이날 2천만원 상당의 어구를 통째로 잃어버렸다.
홍도의 홍어잡이 어선 6척 중 5척이 같은 날 적게는 2천만원에서 최고 6천만원, 총 2억원어치의 어구 분실 피해를 당했다.
해마다 평균 4억∼5억원 상당의 어구 분실 손해를 입어왔지만, 이번에는 여느 해 절반 수준의 어구 분실 피해가 한꺼번에 발생했다고 어민들은 설명했다.
이씨는 “해경이 5∼6척 규모의 기동전단을 꾸리고 단속을 강화하면서 중국어선들이 날씨가 좋은 날에는 얼씬도 하지 못하지만, 악천후를 만나면 목숨을 걸고 불법조업에 나선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피해 보상을 요구하기 위해 어구 도난 신고를 하려고 해도 당국이 중국 어망에 우리 주낙이 끌려 올라가는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 증명하라고 해 대책이 없다”고 호소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