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서 “2014년 소치 올림픽 우승만 생각할 것”
”지금은 2014년 소치 올림픽만을 생각하고 있다.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지난 8월 중순 러시아 귀화 의사를 밝혀 국내 스포츠계에 파문을 일으켰던 ‘쇼트트랙의 황제’ 안현수(26)가 6월 러시아 입국 이후 처음으로 22일 공개 석상에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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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안현수 선수가 22일 오전(현지시간) 러시아 쇼트트랙 선수권 대회가 개막한 모스크바 시내 ‘빙상 궁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지 및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알렉세이 크라프초프 러시아 빙상연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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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선수는 이날 오전 11시(현지시각) 쇼트트랙 러시아 선수권 대회 개막에 맞춰 러시아 빙상 연맹이 모스크바 시내 북쪽 ‘빙상 궁전’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장에 나와 귀화 결심 동기와 러시아 생활,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밝혔다.
안 선수는 “러시아 국적 취득 결정 과정에서 이중국적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등의 법률적 문제를 충분히 알아보지 않고 미흡하게 대처한 것은 분명히 잘못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아무 생각 않고 2014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 우승을 위해 열심히 준비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귀화 결심을 굳히게 된 주요 동기에 대해 그는 “앞으로 운동만 보고 인생을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고 (선수) 은퇴 이후의 전망 등을 고려했을 때 러시아 생활이 도움이 될 것 같아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에서 공부를 더 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의 갈등 뿐 아니라 러시아 측이 선수 생활 은퇴 이후의 대안으로 제시한 러시아 대표팀 코치직과 지도자로서의 길이 귀화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안 선수는 ‘언제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인가’라는 질문에 “2014년 소치 올림픽을 목표로 훈련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언제 귀국할지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일단은 소치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나서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현재 모스크바 근교 ‘노보고르스크’ 빙상 훈련 캠프에서 러시아 쇼트트랙 선수들과 함께 숙식하며 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선수와 2인 1실 방을 쓰며 러시아 음식을 먹고, 개인 교습으로 러시아어도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안 선수는 “6월에 러시아에 올 때는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뜻밖에 빨리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젠 식사 때마다 어떤 맛있는 러시아 메뉴를 고를까 고민할 정도로 현지 음식에도 익숙해 졌고, 러시아 선수들과 어울리는데도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현지 생활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안 선수는 현지에서 드는 비용 일체를 러시아 빙상연맹 측으로부터 지원받고 있으며, 또 생활비 조로 매달 1만 달러(약 1천200만 원)를 별도로 받고 있다고 그의 부친 안기원 씨는 소개했다. 안 씨는 아들을 격려하기 위해 하루 전 모스크바에 와 이날 빙상 대회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알렉세이 크라프초프 러시아 빙상연맹 회장은 “현재 안 선수의 국적 취득 관련 서류가 대통령 행정실 산하 국적부여위원회에서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크라프초프 회장은 “안 선수가 러시아 국적을 취득할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다음 달 중에 형식적 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절차가 마무리되면 안 선수가 오는 12월 말 열리는 쇼트트랙 러시아 챔피언전부터 시합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내년 유럽 선수권대회나 세계 선수권대회에는 안 선수가 러시아 대표로 참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러시아 주요 방송 및 신문의 기자 20여 명이 참석해 안 선수에게 집중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등 각별한 관심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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