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환자 2명 ‘메르스 1년 토론회’서 공개발언
오늘로 정부가 국내 첫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자를 발표한 지 꼭 1년이 됐다.186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하고 이 중 38명이 사망하면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긴 메르스 사태를 다시 한번 점검해보고 지난 1년간 진행된 신종감염병 대응체계 개선을 평가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보건의료개혁국민연대는 20일 서울YWCA 대강당에서 ‘메르스 사태 1년, 국민 200인에게 듣는다’라는 주제로 국민토론회를 개최하고 메르스 환자 2명의 증언을 전했다.
메르스로 병상에서 사투를 벌였던 환자들은 “병원과 정부의 초기대응에 화가 났었다”며 속마음을 털어놨다.
수술을 받고 지역병원에 입원했다가 메르스에 걸린 여성 환자 A씨는 병원과 정부의 초기대응에 분통이 터졌다고 지적했다.
A씨는 “처음에는 너무 아파서 죽고 싶을 정도였다”며 “24시간 내내 토하느라 화장실에서 나오지도 못했고 며칠 동안 아무 음식도 넘기지 못했다”고 당시 증상을 설명했다.
그는 “혹시나 병원에 열이 나는 같은 증상의 환자가 있는지 물었지만 모른다는 답변만 들었고 답답한 마음에 가족이 보건복지부에도 전화했지만 명확한 답변을 못 들었다”고 토로했다.
초기대응 과정에서 정부와 병원이 빚은 혼란이 환자들에게는 고스란히 고통으로 이어진 셈이다.
또 다른 지역병원에서 메르스 환자를 돌보다 감염된 간호사 B씨 역시 초기대응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를 고백했다.
B씨는 “메르스 의심환자가 처음 병원에 왔는데 아무런 정보를 전달받은 게 없었다”며 “심지어 1차 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이후에도 초기에는 열이 높지도 않았기 때문에 감기와 폐렴 증상으로만 의심하고 마스크도 없이 간호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난에 대비해 소방훈련, 민방위훈련은 하는데 신종감염병 환자 발생에 대한 준비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메르스 전사이자 희생자인 의료진으로서도 부실한 메르스 초기대응으로 감염이 퍼졌다는 데 아쉬움을 드러낸 것이다.
이런 초기대응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메르스를 극복할 수 있었던 동력으로 환자들은 자신을 돌봐준 의료진을 꼽았다.
A씨는 “간호사들이 병실에 들어올 때마다 살 수 있다고 조금만 더 참으라고 희망을 주고 밤새 근무를 한 의사도 주기적으로 병실에 들려 상태를 확인했다”며 “의료진 때문이라도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병실에서도 조금씩 운동을 하자 상태가 호전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그동안 ‘메르스극복국민연대’로 활동해왔던 보건의료개혁국민연대의 발족식도 진행됐다.
국민연대에는 소비자시민모임, 한국소비자연맹, 환자단체연합회 등 시민단체와 보건의료노조, 대한보건협회, 한국환경건강연구소 등의 의료단체가 참여한다.
국민연대는 “지금까지 정부가 후속조치로 취해 온 신종감염병 대응방안 마련이라는 제한적 프레임으로는 근본적인 보건의료체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모든 국민의 건강할 권리 보장을 위해 시민, 소비자, 환자, 그리고 보건의료전문가 집단이 연대해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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