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0년대 감정서 공개
일본 국보 회화 작품인 ‘회인과경’(繪因果經)이 한반도에서 그린 것으로 판단된다는 권위 있는 동양 미술 전문가의 감정서가 공개됐다. 도쿄예술대학 미술관은 지난달 7일부터 개최하고 있는 전시회 ‘봄의 명품전’에서 이 작품을 전시 중인데 일본 근대 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전문가 어네스트 페노로사(1853∼1908)의 감정서도 함께 공개하고 있다.
페노로사는 1888년 3월에 쓴 친필 감정서에서 “이 작품은 ‘코리안’(Corean)이 한국이나 일본에서 그렸을 텐데, 아마도 한국에서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회인과경은 빠르면 6세기 늦어도 8세기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가로 11m, 세로 26㎝의 두루마리 그림으로 석가모니가 부처가 되기 전까지 자신의 전생을 그림과 글로 담았다. 종이 20장을 붙여서 만든 이 그림 중 2장이 빠져있긴 하지만 당시 중국이나 한국에는 이만큼 잘 보존된 회화 작품이 없다는 측면에서 일본이 자랑하는 국보로 꼽혀왔다. 도쿄예술대학은 메이지유신 직후인 1880년대 페노로사의 감정을 받아 이 그림을 교토의 닌나지(仁和寺)로부터 당시 돈 220엔, 지금 돈으로는 약 1억원에 구입했다. 대학 측은 그동안 회인과경은 매년 전시하면서도 페노로사의 감정서는 공개하지 않다가 이번에 처음 공개했다.
대학 관계자는 “국립대학으로서 일본 작품의 수집과 보전에 애를 쓴 대학의 역사를 보여줄 수 있는 자료라고 생각해 감정서를 공개했다.”며 “페노로사는 이 그림을 ‘코리안’이 그렸다고 했지만 당시 그렇게 감정할 근거는 없다.”며 한국인이 제작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2011-05-2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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