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 승부처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시시각각 다가오면서 긴장감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여야는 주말 민심 변화에 승패가 달렸다고 보고 자기 지지층을 묶고, 상대 지지층을 해체하기 위한 ‘묘수’를 짜내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다. 그동안 실시된 여론조사와 각 캠프의 전략에서 나타난 승부처를 분석해 봤다.
●“이젠 집토끼 지켜야”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촉발된 이번 선거는 당초 ‘복지 전쟁’으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정책 논쟁’은 아예 점화되지도 못했다. 오직 ‘누가 더 부적절한 인생을 살았느냐.’는 네거티브전만 남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층이 줄어들었음을 확인한 이상 ‘집토끼’를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다.
네거티브 전략은 한나라당이 범야권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 대한 검증 공세를 취하면서 효과를 봤다. 하지만 막판에 접어들면서 오히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수세에 몰리는 형국이다. 야당은 특히 ‘나경원 후보가 1억원짜리 피부숍에 다녔다.’는 의혹을 부각시키고 있다. 나 후보를 ‘기득권 후보’로 몰아세우는 데 적절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박 후보의 시민운동 행적을 ‘협찬인생’으로 규정해 중도층이 야권으로 쏠리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종북세력이 서울을 장악해선 안 된다.”며 ‘사상 검증’을 강화해 보수층의 결집을 도모하고 있다.
●숨은 표 어디에 있나
‘숨은 표’의 위력이 가장 크게 발휘된 선거는 지난해 6·2 지방선거다. 당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는 민주당 한명숙 후보를 15% 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왔지만,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표차는 0.6% 포인트(오세훈 47.4%, 한명숙 46.8%)였다. 천안함 사건 등으로 야권이 수세에 몰리면서 야당 지지자들의 상당수가 속마음을 숨겼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부동층이 상당히 줄었고, 박원순 후보가 ‘안철수 바람’까지 업고 출발해 야권 성향의 숨은 표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특히 박 후보에 대한 검증이 계속되면서 숨은 표가 ‘실망표’로 변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논란 및 측근 비리에 실망한 여권 지지층이 여론조사에서는 소극적이나, 막상 투표장에서는 나 후보를 찍을 여지도 있다.
●세대별·지역별 투표율 변수로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두 후보의 지지가 세대와 지역에서 극명하게 갈린다. 서울신문과 엠브레인의 지난 19일 조사에서 30대의 박 후보 지지율은 62.4%(나 후보 지지율 31.2%)에 이르렀고, 60대 이상의 나 후보 지지율은 62.8%(박 후보 지지율 21.9%)였다.
주목할 만한 점은 20~30대 투표율이 부쩍 높아졌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 20대의 투표율은 28.5%, 30대 투표율은 35.5%였지만, 야권이 승리한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20대 투표율은 41.6%, 30대 투표율은 46.2%였다. 이번 선거에서도 20~30대가 많이 참여하면 박 후보가 절대 유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평일에 투표가 치러지기 때문에 50대 이상이 투표층의 주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엠브레인 조사에서 강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의 나 후보 지지율은 48.1%인 반면 박 후보 지지율은 37.0%였다. 그러나 서남권(구로·금천·관악·동작·영등포·강서·양천)의 나 후보 지지율은 35.2%에 머물렀고, 박 후보 지지율은 51.0%였다. 서북권과 강북권 등 다른 비강남 권역에서도 박 후보의 지지율이 높다.
지역별 분포로 보면 박 후보가 다소 유리한 것처럼 보이나 강남권의 나 후보 지지가 부쩍 커졌고, 용산·도봉 등 지난 주민투표 때 투표율이 높았던 강북지역에서 여권 세력이 꾸준히 확산되는 추세를 감안하면 예측 불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2011-10-2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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