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마케팅’ 성공 자평’친박’ 서병수 유정복도 신승靑에 대놓고 불만표시 힘들듯…”결과 안주 경계해야” 지적도
세월호 참사 이후 등돌린 험악한 민심에 밀려 참패 위기에 내몰렸던 새누리당이 6·4 지방선거에서 예상외로 ‘선방’했다.5일 새벽 4시 현재 접전지인 경기지사와 인천시장 개표가 아직 중반을 넘기지 못했지만, 비슷한 격차를 이어갈 경우 새누리당은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 2곳을 포함해 ‘텃밭’ 부산과 대구를 지키게 됐다.
애초 경기도 ‘수성’과 무소속 오거돈 후보가 선전한 부산 ‘사수’만을 목표로 내걸었던 것과 비교하면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선전한 셈이다.
그러나 개표 내내 시소게임을 벌였던 충북지사 선거를 포함해 대전시장과 세종시장, 충남지사를 모두 야당에 내어준 ‘중원 전패’는 뼈아픈 대목으로 꼽힌다. 선거기간 박근혜 대통령의 ‘세종시 원안고수’와 충북출신인 육영수 여사 향수 불러일으키기에도 불구하고 한곳도 건지지 못해서다.
아울러 서울에서 서울시장뿐 아니라 강남권 이외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모조리 진 것도 적잖은 부담이다.
새누리당은 이번 선거를 철저히 ‘박근혜 마케팅’으로 치렀다. 막판까지 지지율 회복이 이뤄지지 않자 결국 ‘박근혜 정부를 한 번 더 도와달라’고 호소했고, 결과적으로 지난 대선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밟았던 ‘경부선 라인’을 중심으로 마지막 유세를 하면서 얼어붙은 중도표를 상당수 되돌리는 효과를 누렸다.
서청원 공동선대위원장은 위원장을 맡은 지난달 15일부터 선거 하루 전인 3일까지 20일간 전국 100곳, 7천700㎞를 돌며 하루도 빠짐없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사과와 함께 “박근혜 정부를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한 중진 의원은 “국민이 ‘정권이 흔들리면 나라가 어려워진다’고 생각해 기사회생하도록 도와준 것”이라며 “세월호 때문에 뒤집혔던 민심이 반쯤은 돌아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당내에서는 일단 민심이 박근혜 정부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와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의 예상 밖 승리는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비주류를 중심으로 계속돼 온 청와대를 향한 각 세우기가 당분간은 잦아들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이번 선거가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치러졌고, 그 결과 수도권 두 곳 승리를 포함해 나름대로 선전한 만큼 비주류가 공개적으로 청와대를 향해 문제를 제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청와대 흔들기가 가라앉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장 직전까지만 해도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비서진 전면개편 요구가 비등했지만 적어도 현재로선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는 모양새는 부담스러운 형국이 된 게 사실이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친박의 물밑지원을 받은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패배하고 대구 등 주요 지역 공천에서 친박 주류 후보가 잇따라 고배를 마셨지만 정작 본선에서는 정진석 충남지사 후보가 낙선한 것을 빼곤 대체로 선전한 셈이다.
선거 패배시 예상됐던 친박 주류 책임론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7·14 전당대회에 미칠 영향은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당에 이렇다 할 구심점이 부재한 상황에서 7·14 전당대회와 7·30 재보선 등 정치 일정이 복잡하게 돌아갈 경우 주류와 비주류 간 복잡한 싸움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당장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아전인수격 해석을 해댈 것”이라며 “광역단체장만 놓고 보면 새누리당의 승리라 할 수 있지만 기초단체장을 비롯해 광역·기초의원까지 내려보면 주요 지역에서 패배한 곳이 많은 만큼 주류 책임론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주류를 중심으로 일각에선 지방선거 자체가 세월호 참사와 이후 국정 변화라는 외생변수에 철저하게 좌우된 만큼, 선거 결과와 별개로 위기 상황을 맞아 여권을 향해 제기됐던 각종 문제는 이번 기회에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예상밖의 좋은 결과에 안주하면 안된다는 주문인 셈이다.
한 비주류 핵심 의원은 “위기를 맞아 심판받았던 부분은 확실하게 시정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오히려 이번 지방선거에서 더 큰 역풍을 맞는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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