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윤상현 김재원 ‘왕수석’ 별칭…조해진 역할 달라질 듯
박근혜 정부 출범초 ‘왕수석’으로 불리던 정치인이 2명 있었다.청와대에서는 당시 이정현 정무수석, 여의도에서는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를 일컫는 별칭이었다.
이 수석은 청와대 비서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했고, 역시 박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던 윤 원내수석부대표는 청와대와 ‘핫라인’을 유지하며 여당의 ‘창과 방패’ 역할을 수행하며 실세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윤 수석의 바통을 이어받은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도 친박 핵심으로 실세라는 평가를 받았다. 원내 지도부와 청와대간의 막후 조율도 도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파워때문에 ‘원내수석부대표 정치’라는 말도 생겨날 정도였다.
하지만 유승민 원내대표 체제에서 원내수석부대표의 역할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유 원내대표가 4일 친이계(친이명박계)이자 개혁파인 재선의 조해진 의원을 원내수석 카드로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조 의원은 당내 초·재선 중심의 개혁 성향 모임인 ‘아침소리’를 이끌며 청와대를 향해 ‘쓴소리’도 마다 않았고 쇄신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전임자인 윤상현·김재원 수석과 다른 소임에 무게를 둘 것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전임 수석부대표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을 입법화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수시로 접촉하며 물밑 소통 창구 역할을 담당했다는 것은 정치권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결국 ‘당 중심’을 내세웠던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 ‘지침’에 원내전략을 맞춰가는 쪽보다는 ‘일 중심’의 캐릭터로 조해진 카드를 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통상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대표와 함께 여야 협상의 창구로서 입법은 물론 국정조사, 청문회 등 국회의 전반적 운영을 이끌어 나간다는 점에서 항상 당의 주류가 맡아왔다.
유 원내대표 측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수석부대표는 당연히 중립적 입장을 취해야 한다”면서 “개혁 성향의 조 의원은 끈기와 돌파력도 있으며, 개인적 관계에 얽매여 공적인 일을 그르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함께 서울법대 82학번인 조 의원은 2008년 제18대 국회에 당선됐으며, 온화하고 합리적 성품으로 야당으로부터도 ‘신사’라는 평가를 받아 일찌감치 수석부대표 물망에 올랐다.
다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부터 옆을 지켜온 ‘MB맨’이라는 점 때문에 실제 수석부대표로 지명되자 뜻밖이라는 반응도 있는 게 사실이다.
야당은 진행 중인 국회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넘어 4대강 사업에도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 발간으로 가뜩이나 청와대와 관계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명박 정부와 관련한 대야 협상에서 조 원내수석부대표가 어떤 자세를 임할지가 주목된다.
한편, 당 대표와 원내대표, 사무총장 그리고 수석부대표까지 지도부가 모두 비박계로 차근차근 채워짐에 따라 당직에서 배제된 친박계에서 느끼는 소외감은 더욱 커지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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