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병세 “日세계유산, 우리 우려 충실히 반영될 것”

<인터뷰> 윤병세 “日세계유산, 우리 우려 충실히 반영될 것”

입력 2015-06-25 09:15
수정 2015-06-2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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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 마무리 과정선 정상들 관여하지 않을 수 없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문제와 관련해 “나름대로 우리의 우려가 충실히 반영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4일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절차적인 문제를 포함한 세부 사항이 남아 있지만, 조만간 열릴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잘 타결이 될 것으로 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수교 50주년을 맞아 한일관계에 집중된 이날 인터뷰에서 윤 장관은 한일 정상회담과 군대위안부 문제, 일본 세계유산 등재 문제 등 한일 현안 전반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밝혔다.

인터뷰는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 이번 주 한일간 최고위급에서 있었던 활발한 외교적 상호작용을 어떻게 봐야 하나.

▲ 이번 주 전과 후, 양국 간의 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 측면에서 확실히 차이가 느껴진다.

두 정상이 10년 만에 양국 대사관 주최 기념 리셉션에 직접 참석해 축사했고, 이번 국교정상화 50년이 미래의 양국관계 발전을 위한 원년이 됐으면 좋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밝혔다. 그런 측면에서 하나의 모멘텀이 되는 계기가 됐다.

실질적 측면에서 제가 장관에 취임하고서 2년 반 만에 최초로 일본을 방문했다. 상당히 실질적인 회담이었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가졌다.

-- 한일관계 국면의 질적인 변화가 이뤄진 것인가.

▲ 양국 관계의 장애물인 역사 관련 도전들이 이번 방문과 외교장관 회담으로 한 번에 해결될 수 있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양국이 이번에 세계유산 문제를 풀었던 정신을 기반으로 계속 협의해나갈 분위기를 조성하고 여건도 더 마련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이 좀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축사에서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화해와 상생의 마음으로 내려놓을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과거사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환경은 무엇인가.

▲ 역시 군대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시급히 풀어야겠다고 보고 있다. 또 8월로 예상되는 아베 총리의 (종전) 70년 담화가 어떻게 나오느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우선순위와 관련된 현안들에 있어 일본 측에서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준다면 지금 말한 그런 여건이 훨씬 수월하게 마련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과 공식 사과, 배상이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인가.

▲ 큰 틀에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군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부분이다.

앞으로 나올 조치들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국제사회 등의 기대에 부합해야 한다. 이것이 무엇인지는 일본 정부가 잘 알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마지막까지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 여러 측면이 종합적으로 시너지를 이루며 피해자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 드릴 수 있는 그런 것이 돼야 한다.

몸이 아파서 약을 쓸 때 결국 약을 어떻게 잘 처방하느냐, 어떤 성분이 얼마만큼 잘 구성되느냐가 중요하지 않나.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서도 세부적 분야에서 상처를 달래줄 수 있는 효과가 있는 처방이 돼야 한다.

-- 국장급 협의는 목표하는 합의 시한이 있나.

▲ 20여년 간 진행돼 온 문제다. 그만큼 어려운 문제라는 것 아니겠나. 그런 차원에서 시한을 정하고 협상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마침 올해가 국교정상화 50주년이라는 아주 좋은 계기기 때문에 이 계기에 마무리 지었으면 좋겠다는 의지가 양쪽에 다 있다. 50주년 계기에 양국이 의지를 갖고 이 문제에 대해 속도를 내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 양국 정상이나 장관 레벨에서 정치적 결단을 통해 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시각도 있다.

▲ 국장급 협의가 가장 중심이 되는 채널이라면 이를 진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지원노력들이 있다. 이런 것이 어우러지며 직접, 간접의 효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어느 단계가 되면, 이것이 결국 마무리되는 과정에서는 최종적인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정상들이 관여하지 않을 수는 없는 상황일 것이다.

-- 이른바 ‘사사에안 플러스 알파’ 얘기가 많은데 얼마나 준거가 되나.

▲ 사사에안은 공식적 안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구상이다. 결국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어떤 식으로 조합이 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변형이 있을 수 있다. 사사에안이 준거가 되느냐, 아니냐 자체는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처방약을 어떤 배합으로 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어떤 약은 배합을 잘해서 (약효가) 들 수 있는데 어떤 약은 배합이 안 돼서 안 됐다. 기왕이면 잘 배합이 된 처방으로 치유해야 한다.

-- 아베 총리의 종전 70주년 담화가 초미의 관심사다.

▲ 형식과 내용 모든 면에서 주변국들과 국제사회가 그동안 기대해 온 그런 수준이 되는 것이 결국 중요하다. 이것이 거의 일치된 생각 같다.

일본 정부 스스로 과거 역대 정부의 역사 인식을 계승하겠다고 누차 공언해왔다. 이번 기회에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이야기한다면 일본의 자체의 이익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고,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아주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담화 발표는 관계개선의 절호의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정부로서도 많은 외교적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다.

-- 미국이나 중국과의 공조를 통한 설득 작업은.

▲ 이 문제에 이해관계를 가진 여러 나라 각자가 나름대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노력을 분명히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일본 정부로서도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어떻다는 것을 아마 절감하게 될 것이다.

-- 일본 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는 조선인 강제노동을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 표현하느냐가 관심인데.

▲ 이번 (일본) 방문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부담은 상당히 덜어진 것 같다는 느낌을 갖는다. 앞으로 절차적인 문제를 포함한 세부 사항이 남아 있지만, 조만간 열릴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잘 타결이 될 것으로 본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동안 제기해 온 정당한 우려로, 내용적·형식적 측면이 다 포함된다. 나름대로 우리의 우려가 충실히 반영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기대한다.

-- 징용의 아픈 역사를 일본이 얼마나 진심 어린 말로 담아내느냐가 중요한데.

▲ 세계유산위원회라는 국제기구의 공식 회의에서 도출된 결론은 국제사회 앞에서 약속하는 것이 된다. 약속하게 되면 성실히 이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저희가 어디에 방점을 두고 노력해 왔는지를 연결해 보면 이해하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일본 수산물 수입규제도 한일관계에 엮인 문제인가.

▲ 이 문제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기 전에 양국 간 진행 중인 절차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다.

지진에 비유하면 양국관계에 있어서 모든 현안들이 리히터 규모 6∼7로 올라간다면 양국관계의 미래는 굉장히 암울하게 될 것이다. 사안의 성격을 가려가며 어느 정도 원만하게 타결할 수 있는 것은 타결하고, 시일이 많이 걸리는 것은 인내심을 갖고 해야 한다.

-- 새 정부 출범 후 2년 반 동안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은 현 상황을 외교부 장관으로서 어떻게 평가하나.

▲ 당연히 아쉽게 생각한다. 다만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를 잘 들여다봐야 하고, 좀 길게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가 출범할 때는 이미 굉장히 악화한 관계를 이어받았는데, 제스처나 이벤트로 문제를 풀기보다 천천히 가더라도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말아야겠다는 차원에서 ‘안정적 발전’이라는 비교적 거창하지 않은 목표를 세웠던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형태로 노력을 많이 했다. ‘투트랙 전략’을 통해 과거사와 관련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는 굉장히 폭넓은 대화를 해 왔다.

-- 한일관계 변화의 계기는 어디에서 비롯했나.

▲ 지금과 같은 상황이 장기화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공통 인식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일이 아시아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결국 국교정상화 50주년이 아주 자연스러운 계기가 되고 있고 이를 놓치면 서로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이것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해 나가자는 문제의식을 갖고 여러 형태의 대화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 이를 두고 2013년과 현재의 대일정책 기조가 변화했다고 볼 수 있나.

▲ 우리 외교정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당히 일관성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천천히 가더라도 꾸준히(slow and steady) 가고, 나름대로 큰 원칙을 지킨다는 것이다.

내용상의 큰 변화라기보다는, 이제는 의지 면에서 현안을 풀어가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면서 관계 개선을 모색해 나가야 할 시기가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고 이는 일본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본다.

-- 한일 정상회담은 언제쯤 열리나.

▲ 양국 협력의 장애물이 되는 현안 진전에서 서로 만족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시점도 당겨지지 않겠나.

결국 동북아 국가 간의 갈등을 풀면서, 그 과정에서 우리가 같이 풀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과제는 연내 가장 빠른 시기에 한일중 정상회담을 갖도록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고 앞으로 더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 연내 한일 정상회담을 갖도록 노력한다는 뜻도 되나.

▲ 한일중 3국 정상이 만나게 되면 양자 간 접촉은 자연스럽게 있게 된다. 어떤 형태로 하느냐는 앞으로 자연스럽게 해결이 될 것이다.

(양자 정상회담) 여건이 빨리 조성되면 두말할 나위 없이 좋지만, 여건 조성에 좀 시간이 걸리면 그것을 보완하는 다양한 노력이 있을 수 있다. 그중 하나가 다자회담인 한일중 정상회담이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길만 고집해서 갈 필요는 없다. 여러 가지 대안(alternative) 루트도 있기 때문에 그런 것도 염두에 두면서 갈 필요가 있지 않겠나.

-- 군위안부 문제 선결이 한일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인가.

▲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여러 핵심 현안들에서 진전이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정상회담을 위한 긍정적인 여건이 조성될 것이고, 그걸 통해 양국 간의 지속가능한 신뢰가 구축될 수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연기 당시 상황은.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전념하기 위해 방미를 재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을 때 미국을 포함해 국제사회에서 거의 전폭적인 이해가 있었다.

이런 상황을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에게 (전화로) 전하면서 ‘좀 불가피하게 됐다’고 하니 첫 반응이 ‘우리 걱정은 하지 마라, 당신 일에 대해 걱정해라’였다. 서로 오해의 소지가 전혀 없이 다 이해가 됐다.

(메르스라는) 이런 예외적 이유로 재조정된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날짜를 찾는데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다.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일 내에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필요성은 어떻게 보나. 중국에 대한 설득은.

▲ 미국 정부내 검토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며, 일단 우리 국방 당국이 실무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앞으로 필요하다면 정부 내에서 추가적인 협의를 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이 문제가 진행돼 나가는 과정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나라들에 대해서는, 그것이 중국이든 다른 나라든 충분히 정보를 공유하고 대화를 가질 생각이다.

-- 핵무기 소형화 등 북핵 상황은 어떻게 보고 있나.

▲ 상당히 우려스러운 수순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많은 나라들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소형화 관련해서는 상당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국제사회의 일관된 메시지를 통해 북한이 결국은 전략적 계산법을 바꿔야 한다. 그 과정에서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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