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 만에 떠나는 현기환…“마음 무겁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친박(親朴·친박근혜)계 핵심 인사로 꼽히는 김재원 전 의원을 정무수석으로 발탁했다.박 대통령이 김 전 의원을 현 정부 출범 후 5번째 정무수석으로 임명한 것은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로 3당 구도의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조성된 국회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이 원내 2당으로 전락, 수적으로 열세인 상황에서 여당 내부마저 단결되지 않을 경우 1년 8개월 정도 남은 임기 동안 국정운영에 심각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런 이유로 김 신임 정무수석은 집권 후반기 당청 관계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여당이 국정운영을 충실히 뒷받침해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뜻이 담겨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의원의 임명은 4·13 총선 패배 이후 최근 새누리당 친박계가 당내에서 목소리를 높여나가는 과정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현기환 전 수석의 낙마 역시 4·13 총선과 맞물려 있다.
2013년 2월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이정현, 박준우, 조윤선 전 수석에 이어 4번째 정무수석에 오른 그의 낙마는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크게 패배했을 당시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여당의 총선 패배에 따른 책임 문제와 함께 총선 결과를 잘못 예측했다는 것 등이 그 이유다. 청와대는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이 20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은 차지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런 이유로 인적 쇄신을 위한 청와대 개편 차원에서 비서실장과 함께 정무수석 교체는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 현기환 전 정무수석은 총선 패배 이후 박 대통령에게 여러차례에 걸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총선 패배 대응이 ‘선(先) 사태수습·후(後) 인적 쇄신’으로 정리되면서 그의 사의 표명은 바로 현실화되진 않았다.
그는 정무수석으로 여당의 총선 패배 한 달 만인 지난달 13일에 열린 박 대통령과 3당 원내지도부간 회동도 실무적으로 준비, 이른바 협치(協治)의 토대를 마련하는데도 기여했다. 다만 이 회동을 통해 조성된 협치 분위기는 국회법 거부권 사태 이후 대치정국이 조성되면서 흔들리고 있다.
다만, 그는 재임시 전임 수석보다 활발하게 여의도와 접촉하려는 노력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유승민 사태’로 흐트러진 당청 관계를 복원하는 데 역할을 했으며 노동계 출신으로 국회의장에게 노동개혁 관련 법안의 직권상정을 요청하는 등 노동개혁 완수를 위해 총대를 메기도 했다.
현 전 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마음이 무겁다”면서 “박 대통령이 하시는 일이 잘되도록 잘 보도해달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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