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12년 만에 법정 시한 내 예산안 처리를 하루 앞둔 1일 여야는 375조 5000억원 규모의 예산안을 잠정 합의했다. 정부안에서 5000억원이 줄어든 규모다. 하지만 ‘예산 부수 법안’을 어떻게 수정하느냐를 놓고는 이날 늦게까지 진통을 겪었다.
정의화(오른쪽 두 번째) 국회의장이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을 하루 앞둔 1일 오전 국회로 출근하며 예산안 처리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여야는 376조원 규모 정부 예산안에서 저금리에 따른 국채 이자율 조정액 1조 5000억원, 방산 비리 논란을 일으킨 방위사업청 예산 2000억원 등을 감액했다. 여야가 국고 지원을 합의한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5233억원은 추가했다. 창조경제 예산 등 이른바 ‘박근혜표 예산’은 크게 손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여야는 예산 부수 법안 처리 방안을 놓고 이날 늦게까지 진통을 이어 갔다. 전날까지 부수 법안을 처리해야 했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등은 이날까지 파행을 이어 갔다. 중소기업이 가업을 상속할 때 비과세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상속세법 개정안 등을 정부에서 내놨으나 야당은 ‘맞춤형 부자 혜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 법안은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상태다.
새누리당은 예산 부수 법안 역시 여야가 합의한 수정안을 제출하기 위해 야당과의 협상에 나섰다. 기재위 조세소위원장인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은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여야가 합의한 내용은 다 반영하고, 안 된 부분은 야당과 논의해 수정안을 올릴 것”이라며 “야당에 수정안 내용을 전하고 가능하면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연구·개발(R&D) 세액 공제율 축소, 조세소위에서 합의한 신용카드 소득공제 2년 연장안 등 정부안에 없던 내용까지 폭넓게 수정안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여당이 정부안에 없는 내용을 수정안에 넣고는 합의를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좋은 법안을 새로 만드는 작업을 상임위 차원에서 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한 새누리당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야당 일각에서는 예산 부수 법안이 정부 입법과 다름없는 일종의 ‘청부입법’이 됐다는 불만까지 나온다. 이에 여야가 2일까지도 수정안 합의에 실패하면 최악의 경우 여야 각각의 수정안 및 정부안을 두고 본회의에서 ‘표 싸움’을 벌일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선진화법에 따라 법정 시한 내 예산안 처리를 앞둔 것은 고무적이지만 반대로 선진화법이 ‘상임위 무력화’를 유발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정부안이 자동 부의되면서 예산과 무관하게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넣는 내용의 정책 입법이 예산 부수 법안 내용에 포함돼 심사 없이 본회의에 올라가는 등 허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한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일본 정부에 혐한시위를 막기 위한 구체적 조치 마련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또 국방위원회는 소말리아, 아랍에미리트에 파견된 국군의 파견 기간을 1년씩 연장하는 안을 의결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14-12-0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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