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000명 설문조사
우울증 진단을 받은 직장인 10명 중 7명은 마음의 상처를 가다듬을 휴식기 없이 그대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어렵게 병가를 내더라도 평균 10일 정도 짧게 쉬었다 곧바로 업무에 복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강영훈 해운대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18세 이상 64세 이하 직장인 10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이같이 분석됐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2013년 전국 인구 센서스 자료를 기준으로 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직장인 1000명 중 7.4%(74명)가 우울증을 진단받았다. 2011년 정신건강실태조사에서 나타난 국내 우울증 유병률과 비슷한 수치다.
이들 가운데 우울증 진단 후 병가를 신청한 직장인은 31%(23명)에 불과했다. 병가 기간 역시 9.8일에 그쳤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7개국에서 같은 방법으로 조사한 결과 51%가 병가를 신청하고, 병가일수도 35.9일에 달했다.

직장 동료 중 한 명이 우울증이 있다고 인지했을 때 어떻게 행동했는지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 212명 가운데 ‘우울증에 대한 대화를 회피하겠다’는 답이 30.2%(65명)로 가장 많았다. ‘도움을 제안하겠다’는 답이 28.8%로 뒤를 이었지만, ‘어떻게 할 줄 모르겠다’ 역시 28.8%로 같은 비율을 보였다.
김 교수는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직장인은 의욕 저하, 집중력 저하, 피로감 등으로 인해 단순한 업무 처리에도 오랜 시간이 걸려 생산성이 떨어지고 직장 내 분위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중요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머뭇거리거나 실수할 가능성도 커져 결과적으로는 회사는 물론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이번 연구결과 우울증으로 진단받고도 계속 일하는 직장인 중 상당수가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만큼 심각한 인지기능의 장애를 보였다. 우울증 환자의 57.4%가 집중력의 저하를 보였고, 27.8%는 계획성 있게 업무를 추진하지 못했다. 25.9%는 의사결정능력에 장애를 보였고, 13.0%는 건망증 증상을 보였다.
홍 교수는 “무엇보다 우울증으로 진단받고 직무수행이 힘들면 눈치 보지 않고 병가를 내거나 결근할 수 있는 직장 내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회사에서는 우울증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이 우울증 치료와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더 크다는 점을 인식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신경정신의학 최근호에 게재됐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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