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공개 변론…과거 판례 변경 여부 주목
이혼할 때 미래에 받게 될 퇴직금이나 퇴직연금도 배우자에게 나눠줘야 할까.교사인 아내와 연구원인 남편은 14년간의 결혼생활을 끝내고 2010년 이혼소송을 시작했다. 소송의 쟁점은 재산분할이었다.
피고인 남편이 항소심에서 아내가 앞으로 받게 될 퇴직금도 분할 대상에 포함해 달라고 나선 것이다. 아내의 퇴직금은 1억원, 남편의 퇴직금은 4천만원 가량이었다.
항소심은 미래의 퇴직금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과거 판례에 따라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대법원은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공개변론을 열었다.
판례를 바꿀 필요가 있는지 면밀히 따져보겠다는 의미다.
19일 오후 대법원 대심판정에서 열린 공개변론에서 남편 측 대리인 법무법인 서울중앙의 양정숙 변호사는 “부부 재산에서 연금의 중요성이 커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장래의 퇴직금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변호사는 “우리 법원은 이혼 당시 이미 수령한 퇴직금은 분할을 허용하고 있다”며 “시점에 따라 재산 분할 대상이 달라져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피고 측 참고인인 현소혜 서강대 로스쿨 교수도 “퇴직금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재산이므로 부부간 평등한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분할해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현 교수는 독일과 영국, 미국 등에서도 장래의 퇴직금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삼는 것이 추세라고 덧붙였다.
원고 측 법무법인 태평양의 임채웅 변호사는 “국민연금은 법에 분할 규정이 있지만 다른 연금은 이런 규정이 없다”며 장래의 퇴직금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임 변호사는 “대부분 당사자에게 퇴직금은 거의 유일한 노후 대책”이라며 “법규정이 없는데도 이를 법률 해석으로 분할하면 노후 대책이 지나치게 불안정해진다”고 강조했다.
원고 측 참고인 제철웅 한양대 로스쿨 교수도 “임금이 부부 공동 재산이 아니듯 퇴직금도 공동의 기여로 형성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며 “장래의 퇴직금은 상대방의 기여를 이유로 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제 교수는 “장래의 퇴직금을 분할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는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양승태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은 장래의 퇴직금은 회사 도산과 같은 외부적 요인으로 못받게 되거나 금액이 변동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런 위험부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와 같은 질문을 쏟아냈다.
미래의 퇴직금은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정한 대법원 판례는 1995년에 나온 것이다.
현재까지 하급심은 이 판례를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노령화 시대에 따라 연금 생활자가 많아지고 연금 액수도 커진 만큼 퇴직금 분할 문제도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판례에 반하는 판결도 나오고 있다.
예전에는 눈에 보이는 땅이나 현금과 같은 자산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연금이나 스톡옵션 같은 재산의 가치가 더 커지고 있으므로 이를 재산분할에서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늦어도 연내에 이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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